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의 모습을 더 돋보이도록 화장을 하지만 무대 위의 배우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고자 분장을 한다.
늘 다른 삶의 모습을 표현 하기 위해서 분장을 하는 배우, 그들은 무엇일까, 혹은 누구일까.
난 배우를 곧잘 악기에 비유한다. 다만, 배우라는 악기가 기존의 악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분장에 따라서 어떤 악기도 될수 있다는 무지몽매한 믿음이다. 나와 다른 삶의 새로운 세상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 다른 특징, 새로운 성격, 나이 등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분장을 하는 것이다. 물론 그 분장이라 함은 겉모습 만이 아닌, 내면의 심리도 완벽(?)하게 분장이 되어야하는 것이다.
연극을 이용한 심리치료의 방법 중에 ‘역할 바꾸기’가 있는데 요즘에는 TV에서도 심심찮게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부부갈등의 원인을 서로의 ‘역할 바꾸기’를 통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상대의 심리와 입장을 이해 하는 것을 볼수 있다. 즉, 자신이 아닌 타인의 삶으로 분장을 해 보는 것이다.
단순한 자기치장을 위한 화장도 정성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는 힘이 드는 데, 하물며 분(粉)해야 할 상대방의 내면과 입장을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한 분장은 그야말로 치열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을 구현하고 표현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분장실의 모습은 언제나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치열하다. 그리고 그 우스꽝에 비례한 만큼의 진실된 힘이 그대로 무대로, 객석으로 전이된다.
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다양함을 명분으로 온갖 잡다한 영양소를 섭취하고 사는것 같기도 하지만 정작,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하고 또한 격려 할수 있는 사람의, 혹은 인생의 진실된 힘은 과장되고 포장되어진 현실을 빌미로 소외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걱정에 오늘도 난 분장실에서 열심히 분장을 한다.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윤석화의 분장실 이야기’를 통해 작지만 진실된 배우의, 아니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윤석화는 누구
74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한 배우 윤석화씨는 83년 실험극장의 ‘신의 아그네스’에서 연극계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뉴욕대에서 드라마, 뉴욕시립대에서 공연학, 하버드대 드라마연구원에서 연극분석이론을 공부하는 등 카리스마적인 연기에 지성을 겸비한 배우로 평가받는다.
정극은 물론 뮤지컬, 영화, 음악, CF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99년 월간지 ‘객석’을 인수해 문화예술 출판사업분야에도 발을 내디뎠다.
/ 윤석화 배우·월간지 객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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