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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의예술융합영어교육연구소
한글연극대본

산국

by 예술융합영어디렉터 2005. 6. 6.

[제목] 산국(山菊)

[페이지] F01
黃晳映(황석영) 作(작)
姜由楨(강유정) 演出(연출)
山菊(산국)
第二回大韓民國 演劇祭 參加作品(제2회대한민국 연극제 참가작품)
劇團(극단) 여인劇場(극장) 第四十六回(제46회) 公演(공연)
一九七八年十一月三日(1978년11월3일) - 八日演劇會館(8일연극회관)
세실劇場(극장)

[때] 1907년 10월 하순의 어느날 밤에서 새벽까지
[곳] 忠北(충북) 堤川(제천)부근의 野山(야산)
나오는 사람
여자1 (할머니)
여자1 (며느리, 유생의 아내)
여자3 (그 몸종)
여자4 (農婦(농부))
여자5 (그딸)
소년

무대 枯死木(고사목) 몇 그루가 섰는 헐벗은 야산 딩굴어 있는 돌덩이 몇개
장면이 바뀔때마다 나무와 돌 위치가 적당히 바뀐다. 마지막 장면에 가서
봉화지점의 높다란 바위가 무대 오른쪽 끝에 배치된다.

[장] 第一場(제일장)
(막이 오르기 전에 대금과 북소리에 어울러 詩(시)가 낭송된다. 땅거미 질
무렵의 朴達峙(박달치) 고갯길이다.
가득찬 저녁노을에서 극의 진행에 따라 차츰 어두어 진다 간간히 부엉이나
밤새의 울음소리. 여자1은 바위에 앉아 다리를 주무르고 어깨를 두드리는데
여자 2는 무대 왼쪽 나무 옆에 서 있다)
[여자1] 아이구 이젠 더 이상 못걷겠다. 차라리 여기서 죽어 버리는게 낫겠어
[여자2] (여전히 무대 왼쪽 밖을 살피며 노파의 말을 듣지 않는다.)
[여자1] 에미야--- 얘! 우리 죽더라두 집으로 돌아가자 얘야 넌 뭘 그러구
섰느냐?
[여자2] 네?
(그자리에 무너지듯 주저 않는다)
어머니 조금만 참으셔요. 이제 겨우 삼십리 왔잖아요 얘가 왜 이리 늦을까?
[여자1] 작은년 말이냐? 그년이 아마 달아난 모양이다. 우리만 죽으라구
달아나 버렸어.
[여자2] 그애가 그럴리가 있나요? 제가 친정에서 부터 데려온 아인데요.
[여자1] 모르는 소리 말아라 종년들이란 그져 주인이 어쩌다가 곤경에
처하기만 하면 저혼자 살려구 달아나는 법이다.
[여자2] 다른 노복들이 없어진 것은 모두 활빈당을 따라 나갔으니 그렇지만
작은 애는 달라요. 서방님 종적을 찾아보겠다구 갔잖아요.
[여자1] 애비가 떡출령에서 공연히 박달재 쪽으로 앞서 갔기 때
문에 우리가 이렇게 해매다닌게 아니냐. 왜병들이 총 놓는 소리에 놀라서 온
식구가 뿔뿔히 흩어졌구나.
[여자2] 그분이야 염려 없지만 아이들이 걱정이예요. 하나두 아니구 둘씩이나
이끌구 산속을 헤매실 텐데 어찌됐든 충주 숙부님 댁에 간다구 그랬으니 내쳐서
길만가면 무사하겠건만--- 공연히 당신두 우리를 찾노라구 헤매시는지
모르겠네.
[여자1] 우린 이제 꼼짝없이 죽게 되었다. 얘야 네게두 장도가 있지?
여차하면 그걸루 목을 찌루구 깨끗하게 죽어야지.
[여자2] 원, 어머님두 끔찍스런 생각을 다 하시네요. 식구들을 찾아야지요.
[여자1] 아니다. 욕을 볼듯 싶으면 죽으야 하느니라 양반의 부녀자가 몸을
지키는 길은 그것 뿐이다.
[여자2] 충주로 가려면 다시 덕출령으루 나가야 할 텐데 길이 끊기지 않았나
모르겠네
[여자2] 쉬어 가면서 밤길을 가는게 낫지요. 가다가 날이 새면 산속에 숨어
눈을 붙이는 한이 있더라두 말예요. 숙부님 댁에 까지만 가면 식구들을 모두
만나겠지요.
[여자1] 그랬으면 오죽이나 좋겠냐. 지난 십년동안 세월이 얼마나
수선스러운지 나는 하루도 제대로 발을 뻗고 잔 날이 없었다. 머리를 자른다구
해서 초립동이였던 네 서방 숨기느라구 혼이 났지. 상놈들은 모두들 제세상
만났다구 고갯짓 하며 떠들지. 이건 소작료를 제대로 내나--- 그 동학당안지
뭔지 하는 귀신 믿는 놈들 때문에 시골 인심은 다 버렸구 상풍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젠 아무도 길 아래 비켜서거나 허리를 굽히는 자들이 없는
세상이다. 임금도 모르고 반상의 구별도 못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어.
[여자2] 나라가 망했다구 온 세상이 이지경이잖아요.
[여지1] 상감이 계신데--- 나라가 왜 망하느냐?
[여자2] 몰라요
일본에서 우리 병대를 모두 해산시켜 버렸대요. 그래서 지난 여름부터
포수들이 작당을 지어서 싸우고 다니지요.
[여자1] 얘 지긋지긋하다 벌써 이 난리가 십년이 되는 모양이다. 그놈의
의병인지 화적패인지 툭하면 찾아와서 곳간을 털어가지 않든?
[여자2] 의병으루 나간 사람들두 많아요.
[여자1] 글세 말이다. 돌아가신 우리 진사님도 의병 유인석 선생을 따라
나섰던 때가 있느니라. 그분네들이야 이담에 높은 벼슬을 한자리씩 하실
분이니까. 나라에 충성하는 도리도 알구 기강도 엄정하건만--- 요즘의 의병
나섰다는 상놈들이야 어디 화적때와 다름 있겠냐.
[여자2] (어디론가 눈을 팔며 일어 난다) 아니! 저--- 저게 무슨 연기야?
저기두--- 그리구 또 저기두.
[여자1] 뭐라구 연기?
(따라서 일어나 멀리 바라본다)
에그머니 --- 사방에서 불이 붙었구나.
저게 제천 읍내 쪽이 아니냐
[여자] 그리구 저쪽은 주포구요. 또 저쪽은 높다릿내 쪽이예요
[여자1] 왜놈들이 온통 불을 싸질렀구나!
[여자2] 어머니 이러구 있을게 아니라 덕출령으로 내려 가요.
[여자1] 에그 싫다. 말타구 총멘 왜병들이 득실거리던데 거길 어찌 지난단
말이냐.
[여자2] 일본군대는 지금 제천으루 쳐들어 갔어요. 그러니까 저기서 불이
낫겠지요.
[여자1] 꼼짝두 못하겠다. 힘이 쪽 빠져 버렸어. 목두 마르구 시장하구나.
[여자2] 작은 애가 봇짐을 가져가서--- 아직 요깃거리가 없네요. 쉬었다가
어두워지면 고개를 넘어요.
[여자1] 그년은 분명히 달아났다니까
[여자2] 산길 몇 군데를 찾아보구 돌아온다구 그랬어요.
[여자1] 이년 오기만 해봐라! 얘 에미야 그년이 오더라도 절대 반가운 내색을
보이지 말아라. 아랫것들이라 추켜줄수록 양양하는 법이니까. 내 버릇을
고쳐줘야지.
[여자2] 어머니 제가 잘 타이르지요.
[여자1] 아이구 허리야. 얘 아가 요기좀 두들겨 다오.
[여자2] 통 출입을 않으시다가 갑자기 산길을 행보하시니 힘드시죠?
[여자1] 괜찮다.
[여자2] 서방님께서 되짚어 찾아오실 거예요. 아니--- 작은 애가 오면 들것을
만들어서 어머니 모시구 갈게요.
[여자1] 아니다. 집이나 지키구 앉았을걸 공연히 나왔나부다. 그나저나 느이
서방이 위패를 모시구 나왔겠지.
[여자2] 예. 사당을 모두 비웠어요.
[여자1] (한숨)
난리가 터지니 하인들은 모두 흩어지구 우리집두 불에 타겠구나. 그렇지만
제깐 놈들이 땅이야 떠가겠느냐
[여자2] 그러믄요. 홍수가 지구 사태가 내려 앉아두 사람이 죽어 나가두 우리
땅이야 누가 손끝하나 대겠어요.
[여자1] 진사님 살아계실적에 마름만 남겨놓구 그렇게나 한양으루 올라가자구
보챘건만---
[여자2] 가만--- 무슨 소리가 들렸어요 어머님 못들어셨어요?
[여자1] 못들었는데?
[여자2] (귀를 기울였다가 나직하게 - )
저 봐요! 누가 산등성이루 올라오구 있어요.
[여자1] 무슨 소리가 났다구 그러니, 새우는 소리 뿐인데
[여자2] 분명히 낙엽을 밟는 소리가 들렸어요. 나뭇가지를 해치는 소리두요.
(왼쪽으로 달려가 살피고 나서)
어머님, 숨어요. 빨리요. 누가 이쪽으로 올라 오구 있어요.
[여자1] 누굴까--- 애비인지도 모르잖아 한번 불러봐라.
[여자2] 왜병은 아닌가봐요. 흰옷을 봤어요.
[여자1] 그럼 작은년이나 네 서방일께다 여기 있다구 소리쳐 보렴.
[여자2] 아녜요. 왜놈들 앞잡이면 큰일나요.
정탐꾼이 얼마나 많이 풀렸는데요. 어서요!
(할머니를 일으켜 바위 뒤에 납작 엎드리게 하고 자기도 그 위에 덥치듯
숨는다)
(노랫소리 흥얼 흥얼 바지 저고리에 봇짐을 메고 머리에 두건을 질끈 동인 십
오륙세의 소년)
[소년] 동국(東國) 춘산(春山)의 방초녹음(芳草綠陰)도 서풍(西風)
추천(秋天)에 하염없고나. 제군은 청춘 소년자랑 마시오 어언에 백년백발
가석하도다.
(어깨에 총을 메고 있다 돌 위에 털석 주저 앉는다)
아이구 미투리가 다 해졌네. 신좀 고치구 갈까
(꾸부정 하고서 신들메를 조인다 흥얼 흥얼 - )
제군은 청춘소년 자랑마시요. 어언에 백년 백발 가석하도다. 귀함도
귀하다가는 광음은 일분 일각이 천금이로다. 인제 제천두 사십리지. 다 왔구먼
그려
(뒤로 손을 넣어 봇짐 속에서 뭔가 털어내어 한줌을 꺼내든다. 우물 우물
먹는다)
동국 춘산의 방초 녹음도---
(이 때 인기척을 느끼고 놀라 벌떡 일어서며 총을 겨눈다)
누구야?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려다가 여자2가 겁에 질린채 얼굴을 들자 역시
경계하며)
누구시유 여기서 뭐한대요?
(여자1도 고개를 든다) 얼레 이 아줌마들이 산속에서 뭘한다. 싸게 나오유.
보면 알잖유 쪽바리가 아니란 말유 참 나--- 간떨어 지겠구먼.
(여자1, 2 꼼작도 않는다 소년 그제사 제가 치켜든 총을 내린다)
이것 땜에 그러는구먼유. 염려마세유 다같은 대한 동포니께--- 아 어서 편히
편히들기슈
[여자1] 총각두 포순가?
[소년] 허 총가진 사람보구 포수냐구 물으시니--- 밥상 받은 놈 더러
배고프냐구 물으시유
[여자1] 이놈!
[소년] 헤헤이! 어째 욕이슈. 내가 뭐 못헐 말 했남유?
[여자1] 너는 뉘집 자식이길래 그따위 말버릇이냐. 느이 집에서는 아녀자에게
그리 말하라 시키더냐. 결말은 느이 또래끼리나 쓰는 법이지. 반상은 고사하고
남녀가 유별한데--- 조그만 아이녀석이---
[소년] 쪼끄매요?
나이 십육세 남아 대장부헌테 무슨 말씀을 그리 섭섭허게 허세유. 이래뵈두
민긍호 부대의 의병이어유. 이 총으루 왜놈들을 결단낸단 말이유.
[여자2] 총각, 어른이 타이르시는 것이니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소년] 앗다 할무니가 워넌히 까다롭네유. 근데 얼루 가시길래 이 산속에서
이러구들 기세유.
[여자2] 충주로 가는 길이라우.
[소년] 추, 충주? (고개를 흔든다)
[여자2] 왜--- 충주가 어떻게 되었나요?
[소년] 아이구 충주에 가신다면 큰 낭패 보셨네유. 시방 왜병들이 충주를
점령하구 불을 싸질러대구 날린데유. 우리 부대는 마구 싸우다가 모두들
달래강을건너서 금곡산으루 피했유.
[여자2] 아이 저를 어째---
[여자1] 충주가 그 지경이 되었다니 어쩌면 좋으냐.
[소년] 아에 제천으루 돌아가시는게 나을 거예유.
[여자1] 제천은 버얼써 쑥밭이 되었네. 우리가 거기서 피난을
나오는 길이 아닌가.
[소년] 제천에두 왜놈들이 들어왔단 말씀이슈.
[여자1] 온 읍내가 타구 있다네 저쪽을 보아.
[여자2] 이거 큰탈 났구먼유. 내가 연락을 해줘야 하는디. 이강년 부대는
그럼 청풍쪽으루 빠졌겠구먼.
[여자2] 어느 길루 왔어요 총각?
[소년] 달내강을 건너서 쭉 들판을 지나 둔지내를 따라 오다가 박달재루
올라왔유.
[여자1] 혹시 아이들을 데리구 내려가는 선비 한분 못봤어요?
[소년] 그--- 글쎄유. 고갯마루로 오를 때는 해가 꼬박 기우러서 워디가
워딘지 통 보이지도 않드먼유. 달래 나루에서 제천으루 뻗친 길가엔 사람의
씨알머리가 없네유. 어째 누굴 찾으시유.
[여자1] 주인 어른과 황망한 중에 헤어졌다오.
[소년] (턱에다 주먹을 괴고 곰곰히 생각한다) 도포 입고--- 방갓을 쓴
양반이던가 ---
[여자1] 무어? 자네가 봤단 말이지?
[여자2] 길에서 뵈었어요?
[소년] 누구를 말유.
[여자1] 방금 중얼거렸잖나.
[여자2] 도포 입은 분을 보았다구---
[소년] 도포 안 입은 양반 나리두 기시대유? 그냥 혼자서 생각해 봤이유.
[여자2] 그렇지만 방갓을 썼다구 말했잖우. 아침에 집에서 나오실때 갓데가
망가졌다구 그러시길레---
[여자1] 그래 의관 없이 안되겠어서 대나무 방갓을 내주었다.
[소년] 에이 모르겠이유.
(시무룩하게) 어두워서 뭐가 보여야쥬. 지이 제천이 저 꼴이 되었으면 나는
어쩌지? 아줌마는 인제 워쩐대유?
[여자1] 말버릇 고치지 못할까. 아씨라구 부르게.
[소년] 내가 뭐 그댁에 하인 구종배두 아닌 터에 못한다구
[여자1] 내더러는 마님이라구 하라니까. 우리는 유생의 아녀자들일세 그런
법도두 다 지켜야 대장부 소릴 듣는게야.
[소년] 시방이 어느 세상이라구 양반 생각혀서 각별히 모셔드릴테니 너무
까다롭게 허지 마셔유. (여자2에게-)
헌디 아 - 아줌니는 ---.
[여자1] 말버릇 고치래두.
[소년] 압다, 그럽시다유. 아씨하구---마, 마님은 인제 워디루를 가실거유.
나는 청풍으루 가얄참인디.
[여기2] 글쎄 - 충주에두 갈 수 없구 서방님은 --- (울먹 울먹) 어디루
가셨는지. 장호령 쪽이라두 내려가 봐야겠네.
[여자1] 얘. 우리두 청풍으루 가자꾸나. 며칠 있으면 왜놈들이 물러가겠지.
청풍에는 내 오촌벌 되는 이가 있다. 거기서 한 사날 지내다 보면 잠잠하겠지.
애비두 길이 막힌 걸 알구 청풍으루 발길을 돌렸는지 누가 알겠냐.
틀림없을게다.
[여자2] 예! 어머니 그 생각을 못했군요. 아니 그런데 정말 얘는 왜 이리
늦어. 곧 돌아온다더니.
[여자1] 물이라두 좀 마셨으면 기운이 날 텐데. 아주 지쳐 버렸다.
[소년] 마, 마님 내 볶은 콩이 있는데 한줌 자셔 볼래유?
(뒤에 콩 한줌을 꺼낸다.
[여자1] 싫어.
[여자2] 총각이나 많이 들어요.
[소년] 싫으면 관둬유.
(입속에 털어넣는다) 동국 춘산의 방초녹음도 서풍 주천에 하염없고나.
제군은 청춘소년.
[여자1] 시끄럽네.
[소년] 엥?
[여자1] 무슨 놈의 소리가 그래.
[소년] 에이 마님두. 이건 소리가 창가란 말예유.
[여자1] 뭐라구?
[소년] 우리 성님이 가르쳐준 창가란 말여유.
[여자2] 총각은 충주 살우?
[소년] 아녀유. 원래는 공주 살았는디---
내가 네살때에 집안이 폭싹 구몰혀서 성님이란 누이랑 강원도 원주루 이사를
했어유.
[여자1] 부모 없이 자랐구먼.
[소년] 우금치서 동학군들이 몰사 죽음을 할 적에 불 속에서 우리만
살아났쥬. 우리 아부지는 동학당이라구 네거리서 왜놈들이 불에 태워 죽였어유.
형님이 군병으로 나가서 원주 기시고 누이하구 나는 남의 집을 살았어유.
[여자2] 그저 난리가 끊일 새 없으니 근심없는 집안이 드물거에요.
[여자1] 동학이다, 개화바람이다, 의병이다, 망해가는 세상이리니까.
[소년] 자 일어들납시다유. 청풍으루 간다면서유?
[여자2] 우린 누굴 기다리구 있다우.
[여자1] 우리집 노비가 애 애비를 찾아보러 갔다네.
[소년] 노비유? 아니 벌써 원제쩍 얘기래유. 시방두 노비가 있남유.
나라에서두 갑오년에 문서를 모두 태우구 속량을 해주라구 그랬는데유.
[여자1] 그러니 나라가 망해가지.
[소년] 망쳐놓은건 댁내들 양반들이라구 우리 성님이 늘 그러셨어유.
왜놈하구두 싸우구 나쁜 양반들 하구두 싸워야 한대유.
[여자2] 그 포를 쏘면 정말 사람이 죽나요?
[소년] 뭣을말유--- 아 이건 무라다 소총이어유. 원주서 군병들이 일어날제
병기창에서 총이 엄청 많이 나왔쥬.
하여간 바지만 입었다면 모두 한자루씩 차지 했으니까유.
[여자2] 우리를 청풍까지만 데려다줘유. 내 사례는 드릴테니.
[소년] 에이 별 말씀 다하슈 잉. 맘놓슈. 내 두분 무사허게 모셔드릴테유.
나는 청풍 박여성 부대에다 연락을 해주고 금수산 계시는 이강년 부대의 우리
형님을 만나야해유. 자 가십시다유.
[여자2] 조금만 더 있어봐요.
[소년] 밤 새에 삼방산을 어찌 넘을려구 이렇게 지체하신대유. 우리는
싸우다가 동무가 죽으면 풀이나 나뭇 가지루 덮어주구 금방 떠나쥬. 인연이
끊긴 걸 그럼 워쩐대유. 죽는 사람은 싸게 싸게 잊어먹는 것이 낫어유.
[여자1] 저 녀석이 무슨 방정맞은 소릴 하구있는게야.
[소년] 아아 일테면 그렇단 말여유. 새벽까진 청풍에 연락을 해줘야 할텐디.
[여자2] 총각 말해줘요--- 혹시---.
[소년] 뭐슬 말유?
[여자2] 그 방갓을 쓰신 양반을 보지 못했오?
[소년] 못봤어유. (단호하게) 암것두 못봤어유. 글쎄 충주서 둔지내까지
사람의 씨알머리가 없더라니께요.
(이때 먼곳에서 <아씨!> 부르는 소리)
[여자2] (달려가 두손을 입에 대고) 그래 여기다. 여기야.
(소년 본능적으로 총을 겨누고 나무 뒤에 섰고, 여자 달려가 여자2 곁에
선다.)
[여자1] 그애가 오는구나. 애비두 옆에 보이냐?
[여자2] 아직 아무것두 안보여요.
[여자1] 얘야! 얘야!
(잠시후에 봇짐을 든 여자3 등장 몽당치마 차림. 그 뒤로 여자 4,5 등장한다.
여자4는 억세 보이는 중년 환자인 듯 한 여자5를 부축하고 있다)
[여자3] 아이구 아씨 늦어서 걱정했쥬!
[여자2] 그래 이것아 얼마나 걱정했다구. 나으리는 찾아봤느냐?
[여자1] 이년 이리루 오너라.
[여자3] 아유 마님 시장하시쥬? 제가 봇짐을 갖구 가서 암것두 못자셨을
테니께.
[여자1] 가서 회초리 한 가지 꺽어 와. 좀 맞아야겠다.
[여자3] 마님 한번만 용서하세요. 밤눈이 어두워서 사뭇 제천쪽으루 도로
내려가다가 올라왔쥬. (소년이 나무 뒤에서 슬그머니 나오자, 여자3 기겁을
한다.) 아이그머니나, 이게 누구래?
[소년] 저분들은 누구유?
[여자4] 피난 나온 사람이유.
[소년] 거 보퉁이 좀 봅시다.
[여자4] 왜 남의 보퉁이는 보재?
[소년] (달려들어 두 여자가 들고 있는 보퉁이를 주물러 보고 나서
비켜선다.)
[여자4] 꼴에 총포를 가졌다구. 기세가 대단하구먼.
[소년] 하는 수 없슈. 왜놈들 앞잡이가 워낙에 많어노니께. 근데
어디까지들가슈?
[여자4] 건 총각이 알아 뭐해여?
[소년] 내는 민긍호 부대의 의병이어유.
[여자4] 총각이---? 의병이라구---? 참 내 별일이 다 많애.
[소년] 어디까지 가슈?
[여자] 우리 주인두 의병 나갔어. 시방 금수산에 있다는디 거길 길여 야는
우리 딸이고.
(여자 1, 2, 3이 풀어놓은 보퉁이를 풀어 헤치고 떡을 먹다가 소년에게
내민다)
[여자2] 총각 이것 좀 자셔보게. 좀 굳었지만 요기는 될거요.
[소년] 많이들 드슈. 아 그러고 빨랑 갑시다유. 내가 이렇게 빈둥거릴 몸이
아니어유.
[여자3] 아니! 저게 제천 아니래유? 웜메. 저것이 다 뭔 불빛이여 아주
불밭이 되어버렸네유.
[여자4] 게서 나온 사람도 있을라구.
[여자5] 엄니! (쓰러진다)
[여자4] 오냐, 오냐, 이것아 인가는 아주 걱정두 없다 사람이 살아 있으면
제일이지 또 무엇을 바랏겄냐
[소년] 그 애기씨 워디 아픈가유?
[여자4] 아녀. 암것두 아녀.
[여자1] (대강 요기를 끝내고 나서 - 위엄있게) 얘 작은년아 가서 나뭇가지
몇개 꺽어 오너라.
[여자2] 어머님---
[여자1] 아니다. 넌 가만 있거라. 종년들은 잘못한 즉시루 다루어야 범절을
아는 법이다.
[여자3] 마님 어쩌 그러셔유. 지가 잘못했남유.
[여자2] 네가 세가지 잘못을 저질렀느니라. 첫째는 장호령서 왜병을 피해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질 때 아이들을 돌보지 않았다. 그래서 애비가 아이들
때문에 뒤쳐진게야. 둘째는 위험할 때에 네 주인 을 버렸었다. 그리고 셋째는
주인이 기다리는 줄 뻔히 알면서도 늦게 돌아와 심한 걱정을 끼쳤다.
냉큼 가서 매를 꺽어오지 못하겠느냐
[소년] 해해이 이 난리통에 반상의 범절을 찾아 뭘해유. 마 마님 고정하셔유.
참 내---
[여자1] 총각은 가만있게. 우리네 집안 일이니까. (여자3에게-) 얼른---.
(여자3 울상이 되어 잠깐 퇴장)
[여자4] (소년에게---) 잘못 섞였구먼. 이 밥 먹구 사는 이가 워디 같은감.
언년들은 뭐 태어날 때부터 상것이다나.
[여자1] 뭐라구. 방금 자네 무슨 말을 했나.
[여자4] 암것두 아녀유.
[여자1] 자네 제천 산다구 했지. 어느동넨가.
[여자4] 저 마님 알아유 즈이는 삼대때 진사님네 소작붙이거든유.
새달골이어유.
[여자1] 새달골이라면---
[여자4] 예 댓마지기 농사지유.
[여자1] 자네네가 농지를 떨구었을텐데.
[여자4] (한숨을 쉰다) 쯧--- 그렇게 되었지유. 즈애비가 의병 바람이 단단히
들어서 작년에 집에서 온다 간다 소리없이 나갔는디 여태 통 기별이 없네유.
누가 청풍서 박대장이 연설할즉에 봤다구 그러더만유. 자식 새끼들 걱정은 않구
그 무슨 철딱서니 읏는 짓이래유. 병정집가두 아니구--- 미친 역마살이 뻗쳐서
큰일이지유.
[여자1] 이년 매 하러가서 또 늦는거 봐라.
[소년] 아줌니 큰 애기가 워디 아픈가유.
[여자4] 암것두 아니라니께 자꾸 물어쌓네 총각은 워느 부대루 가유.
[소년] 민긍호 부대에 우리 성님 만나러 가유.
[여자4] 총각두 바람들었구먼.
[소년] 바람이라구유? 우리가 아줌니들 땜에 산속으루 이러구 댕기는거
아니래유.
[여자1] 쓸데없는 소리야 느이 같은 자들 때문에 온 나라에 난리가 난 게야.
[소년] 아이구 답답해 죽겠네 잉
[여자3] (나뭇가지 몇개를 꺽어들고 등장) 마님--- 여깅어유.
[여자1] 이리 가까이 오너라.
[여자2] 어머님 제가 때리지요. 몸소 그러실 것 없어요.
[여자1] 아니다 마당쇠라두 있다면 그 녀석을 시키겠다만 내가 다스려야겠다.
종아리를 걷어라.
[여자3] 마님 한 번만 용서해 주세유.
[여자1] 이리 가까이 오지 못해
[소년] 참말루 딱두 하시네유. 지금 세상에 사람은 모두 하늘이 내었으니
누구나 같다구 하는데 갑오년이래두. 아직두 남의 종이 있남유. 거 때리지
마시유. 그렇다면 우리끼리만 장호령을 넘을테유.
[여자1] 마음대루 하게.
[여자3] 마님. 때리셔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돌아선다)
[여자1] 오냐. 맞아라. (회초리로 내려치는 동안 여자3이 이를 악물고 참으며
버티고 섰다.)
[여자5] (신음 섞인 소리로-) 엄니 왜 안 말린대유.
[여자4] 남의 집 일인디.
[여자5] (나약하지만 결연히-) 거 때리지 마셔유 다 늦을 이유가 있었시유.
맨 손으로 땅을 팠는디 고생이 좀 심했겠시유.
[여자3] 암말 말어유. 괜찮으니께.
[여자5] 왜 사람 때린다.
[여자1] 자네 여식인가?
[여자4] 예
[여자1] 참견 말라게
[여자4] 서이서 뭘 같이 하느라구 늦었거든유. 그래서 저 애가---
[여자5] 엄니 저 사람들께 뭐허러 굽신댄대유. 쥐어 뜯어두 시언치 않을텐데.
저니들이 언제 인정이나 있었어유?
[여자2] 처녀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하지 우리에게 악화심정이라두 있나.
[여자5] 우리 수돌이가 당신네들 땜에 죽었단 말여유.
[여자1] 이년. 너희 식구가 우리 땅을 매서 삼대째나 먹고 살아 왔다는데
은혜는 모른다 치더라두 누가 누구 때문에 죽었단 말이냐.
[여자5] 그까짓 댓마지기에 쌀이 몇 섬이나 난다구 그래 소작미를 그리 많이
빼앗아 갔어유? 일년내 뼈빠지게 농사를 지어 놓으면 해마다 굶다 못해 얻어온
장리쌀 갚노라구 허리가 부러지쥬. 마름이란 피도 눈물도 없는 놈들이지유 우리
동생 수돌이는 굶어서 죽었단 말여유.
[여자1] 우리가 그나마도 땅을 붙여주지 않고 다른 사람
들께 내주었다면 네년두 태어나지 못했을게다.
[여자5] 맞어유. 꼭 맞는 말이쥬. 일년 이년두 아니구 할아버지쩍부터
삼대째나 해마다 굶어 죽을 둥 말 둥 살아온 밥통같은 집안에 태어난게
잘못이지유.
[여자4] 얘 말이 맞긴 맞는 얘기유. 그저 우리집 멍텅구리가 가엾어유.
총들고 싸질러 댕기다 죽으면 저만 서럽지유. 누가 알아나 준대유. 왜놈들이
쫓겨간다해두 댁네들은 벼슬이나 살 것이고, 우린 다시 부황이 들고 굶주려
지내겠쥬.
[여자5] 매나 맞으면서 욕이나 먹으면서 굽신거리면서 살아야쥬. 엄니 나는
드러워도 좋아 왜놈들이 몇번을 덤벼두 좋아. 인자는 더 죽기 아니면 살기여.
그렇지만 저니들하구 같이 댕기진 않을테유.
우리 먼저 가유.
[여자1] 그래 어서 냉큼 없어지지 못하겠어. 아이구 분해라 아래 것들에게
이런 수모를 당하니---도대체 느이 서방은 어딜 갔단 말이냐.
[소년] 그 양반은 찾아서 뭣한대유. 산 사람들이나 잘 보신해야지.
[여자2] 그게--- 무 무슨 소리요 총각?
[소년] 엥이 자꾸 묻지말아유.
[여자5] 날마다 거드름 피우구 다니며 소작인들에게 욕질하든 양반 나리
말씀예유. 나두 봤지유.
[여자1,2] (동시에 ---) 뭐라구?
[여자1] 어디서 봤어?
[여자2] 방갓을 쓴 분인데---
[소년] (여자4에게) 아줌니, 우린 먼저 갑시다유.
거북스러워 같이 못있겄네.
[여자2] 총각, 나 좀 봐요. 여봐요.
[소년] 왜 불러싸유. 우린 갈 길이 바쁜디.
[여자2] 뭘 봤는지 말해주고 가요.
[소년] 보긴 뭘 봐유. 암 것두 못봤시유.
[여자1] 이놈아, 그럼 어째서 느이들 셋이 작당하여 그 따위 악담을 하느냐.
[소년] (드디어 화가 나서) 이러지들 마십시다유 잉. 어린 사람이라구 너무
그러시지 말란 말여유. 나두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긴 사람이유. 시방 온 나라
안에서 남녀노소들이 왜병하구 싸우다 죽고 있단 말여유 우리 아버지두 옛날에
우금치 고개에서 잡혀 타죽었시유. 당신네 배부르고 편한 나으리들이 망친
세상을 건지겄다고 이래 되도 않는
싸움을 하며 죽는단 말여유 엠병할 양반인지 개다리 소반인지 방포소리만
나두 제 식구나 살겄다구 도망치다가 뒈어진들 우리가 알 바 없지유. 왜놈들
오거들랑 버릇 갈친다구 발 아래 꿇어 앉혀서 훈계나 좀 해 보시쥬. 아마
담부터 조심하겠노라구 눈물을 흘려가며 빌게유. 빼앗은 땅은 모두 돌려주구
불태운 집덜 모두 세워주구. 죽은 사람은 살려내구요 잉. 겁탈한 큰애기덜 모두
깨끗해질 테니께. 암은유. 큰기침이나 하면 왜놈이고 양귀들두 모두 물러 갈
거예유.
(F.O된다)


[장] 第二場(제이장)
(무대는 一場(일장)과 같으나 나무와 돌의 위치만 바뀌어 있다. 밤. 여자 4,5
헐덕이며 등장)
 
[여자5] 엄니 더 이상 못 걷겠시유. 좀 쉬다가유.
[여자4] 그려 아무래두 여기서 총각을 기다려야지. 몸은 좀 나섰냐.
[여자5] 맥이 하나두 웁네유.
[여자4] 나는 니가 그 때 죽어버린 줄 알었어 이 것아.
[여자5] 엄니 난 안죽어유 내가 왜 죽는대유.
[여자4] 그려 그려. 나는 널 땡볕에 밭고랑에다 떨구었어. 그질루 니 애비가
살덩이를 똘캉물에다 푹 담거서 씻었는디. 아유 똑 도야지 새끼 같었다니께
(사이-) 이 것아 이상한 맘일랑 아예 먹들 말어.
[여자5] 나두 아부지 만나먼 그 자리서 병대에 입당할류.
[여자4] 니가 뭘한대. 아부지 만나면 멱살을 잡아 끌어내야 해여. 인자는
즈이 처자식 생각두 좀 혀야지.
[여자5] 아녀유. 인자 생각허니 아부지가 잘하신 것 같여유.
[여자4] 바로 저 아래가 덕출령이요. 저 행길만 질러가면 삼방산으루해서
청풍에 닿을게다 아침이 되면 니 애비를 만날 수 있겄지 그런데 니 아부지한테
새달골서 있은 걸 얘기하면 안되요.
[소년] (여자1을 부축하고서 등장. 여자3은 2를 부축하고 있다) 여기들
잠깐만 앉아기슈. 내가 고갯마루를 살펴보구 올테니께 (소년 봇짐을 벗어
던지고 총을 겨눈 채 오른 편으로 퇴장한다)
[여자2] 지금 고개에 누가 있을라구. 그냥 내려가지.
[여자4] 모르시는 말씀 마슈. 우리가 불 속을 헤치구 나왔디유. 왜놈덜 하는
짓을 몰라서 그러쥬.
[여자1] 밝은 무렵에는 삼방산으로 해서 내려갈 수가 있겠지. 청풍 아즈버니
댁에 가면 한 보름은 앓겠다.
[여자3] (무대 중앙 뒤편에 바싹 다가갔다가) 아씨! 저게 무슨 불빛이래유.
불빛이 분명히여 산을 뒤지는갑네.
[여자4] 왜놈들이 분명하여 산을 뒤집는갑네.
[여자2] 에그 어쩌나.
[여자5] 엄니---
[여자4] 괜찮애, 여기까지야 올라오겠냐. 기왕지사 죽었던 목숨여.
[소년] (총을 겨눈 채 뒷걸음질로 다시 등장한다)
모두 엎드리슈. (그래로 바깥을 살피면서) 제천서 몰려들 나오는 모양이유.
들키지 말아야지.
[여자5] 엄니. 이번엔 나두 싸울려. 싸우다 죽을려.
[여자1] 방정 떨지들 말구 잠자쿠 있어.
[여자2] 우릴 깨끗이 내버려 두진 않을 거예요.
[소년] 쉿--- (모두 엎드려서 숨을 죽인다 사이-) 지나 갔이유 멀긴
하지만서두 여기서 소리치면 똑똑히 들을 수 있는 거리에유
[여자4] 날이 밝기 전에 우선 여울을 건너얄 텐디
[소년] 좀 기다려야쥬.
[여자1] 설마 우릴 죽이기야 할라구. 총각 그 포를 버리게 거 위험스러워서
같이 다닐 수가 있어야지.
[소년] 총을 버려유? 시방은 나보다두 총이 더 중해유.
[여자1] 왜놈들이 그 포를 보면. 우리네두 의병 패거리인 줄 알구 몰아서
죽이려구 할게야.
[소년] 우리 성님은 늘 말했이유. 아부지는 돌아가신 게 아니래유 우리
성님이 알지도 못허는 산 속이나 개천에서 썩어져두 죽지 않은 거래유.
나두 마친가지유. 이런 싸움이 몇 백년이 갈지두 모른대유.
[여자] 마님이 못 봐서 그렇지유. 소문을 못 들으셨쥬. 방금 우리네가 제천
새달골서 겪구 나왔다니께유 지난 밤새껏 싸움이 있어서 즈이 모녀는 이불을
쓰구 방 구석에 처박혀 있었지유. 갑자기 동네 사람들이 맨 몸으로 쫓겨 가며
일본 군대가 마을루 들어오구 있다더니만유. 기름을 뿌리구 집집마다 불을
놓았대유. 온 읍내두 불바다가 되었지유. 그놈들은 사람의 씨알머리를 남기지
않을 모양인 개벼유, 우리두 서산에 올라 우리 집이 타는 걸 봤쥬
[소년] 일렬로 세워 놓고 총검으로 마구 찔러 죽인 마을두 있어유
[여자4] 사람들의 목을 쳐서 길에다 죽 깔아놓은 장터두 있더래유.
[여자5] 아아--- 고만들 해유. 뭐 좋은 애기라구 그런 얘길 그리도 자세히
헌댜 다 그만둬유 임니--- 그때 나는 기절 해서 아무것두 몰라유
[여자4] 나는 논두락 아래 숨어 있었어. 내가 뭐 워쩌냐, 힘이 있냐 아니면
저 총각처럼 포가 있것냐 그냥 살려구 숨두 크게 못쉬고 숨어 있었단 말여
[여자1] 왜놈들이 저 아이를 어찌했나?
[여자4] 뭐, 그냥 우리끼리 목숨 살린 애기하는다유
[여자1] 아닐세 혹시 겁간을 당한게 아닌가?
[여자4] 아녀유. 왜놈들께 들켰지만 곧 달아났쥬.
[여자5]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남유? 왜놈들이 덤벼들자마자 깜박 정신을
잃었지유 눈을 떠보니까 하늘에 구름이 보이데유.
[여자1] 더러운것 같으니---
[여자4] 무어라구유, 더럽다구유
[소년] 아 그만들 해 두슈. 시방 원체 왜놈들이 들이닥칠지 모른는디
쌈박질만 하면 뭣한대여?
[여자5] 엄니, 나는 청풍에 안갈려, 여기서 죽어뻔질려 엄니.
[여자4] 에이 마님이고 자시고 헐것도 읍다. 이년 니가 원제쩍부텀 내
상전이여. 땅뙈기 내주고 부려먹던 남지기여. 다같은 사람여 이년아.
[여자3] 아니 이것이 정신이 돌았나베.
[여자4] 너무 평생 종노릇 면하지 못할게여
[여자2] 총각 저 여자 좀 데려가 줘요.
[소년] (뭔가 주의 깊게 듣더니 무대 왼쪽을 살핀다) 쉿 잠자쿠들 있으슈.
(사이-) 어라---이쪽으루 오는 것 같네
[여자4] 그려, 산등성이를 타구 곧장 오는개벼. 곧 당도 하겠구먼.
[여자3] 달아납시다유
[소년] 꿈쩍말구들 있으슈. 다행이 그냥 지나가면 몰라도--- 들키면
싸워야쥬. 섣불리 움직이다간 모두 죽어유.
(단정히 앉은 여자1 품에서 은장도를 꺼내어 부들부들 떨며 제 목을 겨누고 있다.
여자2 여자3과 서로 껴안고 업드려 있으며 여자4는 돌을 끌어 모은다. 여자5도 돕는다)
[여자4] 싸우지 머. 그러다 정 못견디면 죽는거여.
[여자5] 엄니, 급해지먼 나부텀 죽여줘유.
[여자4] 같이 뛰어내려, 총각은 나중에 우리 멍청이께 소식이나 전해 줘 앙.
[소년] 어! 이쪽으로 오네유.
덕출령 고갯길루 내려가두 막혀있을 테고---에이 모르것다 아줌니들 잘들
가유 (벌떡 일어선다)
[여자4] 아니 왜 이런댜? 응 인자 보니께 총든 포수가 아니라 겁쟁이구먼
그려. 혼자만 살려구 도망질여 니가 무슨 의병이여.
[소년] 그려유. 나는 겁쟁이어유 누구든지 삼방산쪽으루 내빼면 왜병들이
그쪽으루 잡으려 모여들겠쥬. 내 한참 소란을 피울테니 그 틈을 타서 부암
마루턱으루들 달아나유 (적당한 방향을 살핀다)
[여자2] 총각까지 가버리면 우린 꼼짝없이 산 귀신이 되겠어요
[여자3] 아씨, 너무 염려말아유. 아씨는 내 친부모보다두 더해유 모시느라곤
했지만 속 썩혀드린 일두 많았쥬. 청풍까지 제발 무사히 가셔유. 난리가 끝나면
친정가실제--- 제 동생두 좀 찾아 보셔유
(잡으려는 여자2를 뿌리치고 일어선다)
[여자2] 얘, 작은애야 어디가니?
[야자3] 아씨 서방님 걱정은 이제 마셔유
[소년] 붙잡아유
(여자3, 무대 오른편으로 뛰쳐 나간다. 모두의 행동 정지된 채 무대 위에
붙박혀 있다. 잠시 후에 멀리서 사내들의 요란한 웃음소리.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 다시 웃음소리. 대금과 북소리 낮게 깔리며--- 차츰 멀어간다)
[여자2] 작은애가--- 가엾은 것!
[여자4] 상전보다 낫구먼.
[여자1] 내 작은년의 노적을 빼어주고 제천 사거리에다 충복비를 세워
줘야겠다. 애비두 얘길 들으면 쾌히 허락할게다.
[소년] 충복비유? 그냥 썩어져서 달래강 맑은 물에 섞일게유.
[여자4] 그 젊은 양반은 기왕에 죽은 사람인디 찾아서 뭣 한데유. 공연히
착한 처녀만 곤욕을 당했지
[여자2] 댁네 양반 나리 말이쥬. 누구긴 누구여.
[소년] 참 딱두 하슈 왜--- 자꾸만 타시락거린대유. 산 사람들은 어찌 됐든
살구봐야쥬. 나는 박여성 대장께 연락을 해주고 금수산으로 가야혀유.
[여자2] (애원조로)
제발 좀 말해 줘. 그게 무슨 뜻이지?
[여자4] 우리 모녀간 하구 댁네 종아이랑 함께 그 쪽 골짜기를 따라
올라왔슈.
저 총각두 그리루 지나 왔을 테니께 물어 보슈---
[여자1] 이놈! 악담만 허지말구 바른대루 말해라. 너희들이 그런다구 내 기가
꺽일 줄 아느냐.
[소년] 내가 마담 기를 꺽어 뭣허겄시유. 마님두 나 겉은 손자가 있다먼 좀
마음을 눅게 잡숴유 잉, 다같은 사람 사는 세상인디 워째 그렇게 따지기만 허유
마음을 눅게 잡숫구 기시면 우리 젊은 것들이 다 알아 할 거 아녀유
[여자5] 내가 가르쳐 드리지유 나리 마님.
똑똑히 새겨들어유 쩌어기--- 우리가 지나온 박달재 아랫 골짜기에 시체가
있는디--- 셋입니다. 하나는 댁네 서방님이고 둘은--- 아이고오 잉.
참말 모지네유. 이 소리를 똑 허게 맨들고야 마세유? 댁네 지지바가 하도
불쌍혀서 허는 소리유. 인자 시원하기유, 엄니--- 나 좀 붙잡아 줘유. 빨리
날이 샜으면 좋겄시유. 새벽 닭이 원제나 운대유.
(여자2는 이미 실신해 있고, 소년이 흔들어 대고 있다. 여자4,5를 안고
있으며 여자1 앙상한 고사목옆에 고독하게 서 있다)
[여자1] 분명히---분명히 봤단 말이지 내 눈으루 확인을 해야겠다.
사실이라면 시신이라두 수습을 해야지.
[여자4] (조용하게) 마님, 가지 마셔유 (사이) 그 작은애가 잘 모셨시유.
[여자1] 작은년이---?
[여자4] 그래서 늦었지유. 맨손으로 황토 흙을 파구 있었유. 나무 말뚝으로
표시를 해 놨지유. 작은애가 우리보러 암말 말라구 다짐을 혀서 꾹 참았는디---
그만 이 어리석은 년이 결짐에 참지 못허구 말해버렸구먼유.
[여자1] 모두--- 모두--- 파묻었단 말이지
[여자4] 이년은 시방 제정신이 웁서유 얼이 쑥 빠져부렸지유. 왜놈들 너이서
겁간을 해버렸지유. 참말루 길구 끔찍한 세월이유
[소년] 어서들 일어나슈. 날이 새고 사람들을 만나면 또 달라 질게유
[여자1] 내 가기 좀체루 꺽일거 같으냐 어림 없다. 어림없어
내땅 우리 가문, 아무두 손대지 못해.
(실신해 있던 여자2 미끄러지듯 빠르고 끊는듯한 동작으로 무대를 나간다.
여자1을 제외한 세 사람 손을 뻗친 듯한 자세로 굳어있는 채)
[여자1] 가거라! 모두 가거라! 나 혼자 잿더미의 집터루 돌아가지. 잡초를
뽑고 땅을 일구구 사당을 세울테다 우리 집안이 대가 끊길줄 알구. 대가 끊길거
같으냐
(세사람의 실루엣 붙박힌 채로 암전)


[장] 第三場(제삼장)
(나무와 돌은 같으나 무대 오른편에 높다란 바위가 서있
고 봉화대가 있다. 부암 봉수대이다. 이곳에서 청풍의치 봉수대로 신호를
보내게 되어 있고 의치는 금수산으로 연결된다 F I하면 여자1 단정하게 무대
중앙에 앉았고 여자4,5 삼각형의 끝에 위치쯤 무대 왼편 가까이 앉았다 여자5는
4를 감싸고 있다)
[여자5] 헐 수 없지 워떡하냐 아씨가 벼랑에서 떨어진 것이 니 탓만은 아녀
서방님도 아기들도 모두 잃으셨으니 오죽하셨것냐.
[여자1] (속삭임으로 제 자신에게 말하듯) 그게 다 제 팔자지
[여자4] 우리에게 무슨 나라가 있겄더냐. 남 좋은 나라였지. 니가 수돌이
얘기를 자꾸 해쌓지만, 이것아, 니는 워쨌는 중 알어? 땡볕에 김매다가
밭고랑에다 떨구고 보니게 아, 지지바 아녀 나두 모르게 너를 엎어버린 거여.
숨이 맥혀 뒈이지라구 말여 잘 죽도
않더만 니 애비가 빼앗아다 시냇가루 데려갔지 시방 그런 목숨이니께 넌 죽들
않을 거여
[여자5] 뭣때미 여자들은 천대를 받는다? 뭣때미 날 낳아 엎어부렸대유
[여자4] 나두 팔남매의 꼬래비서 세째여 먹을건 읍고잉 할 일은 많지 차라리
지지바로 태여 날 바엔 마루 밑에 삽살이 팔자가 나슨거여. 내가 겪어 아는디,
그 고생을 왜 네게 다시 시키고 싶겄냐?
[여자5] 엄니---
[여자4] 애보기, 물긷기, 쓰레질, 빨래, 밭매기, 새보기! 두발루 걸을 수만
있게 되면 밤낮으루 일이자 내 열손가락을 만져봐야 끝이 돌덩이 같여. 손톱이
벗겨지구 피를 흘려가며 길쌈을 하지 않았겄냐. 흉년이나 들어봐라 못된 부모를
만났단 먼 데루 팔려간단 말여.
[여자5] 흉년의 붉은 해는 지겨워유. 수돌이를 지가 거적에 말아다가 나무에
얹어뒀쥬.
[여자1] 서방 없는 년의 허벅지는 성한 날이 없지. 적막한 날마다 뒤꽂이루
질러대어 상처 투성이었어 그 아픔이 나를--- 말라 죽는 나무처럼 만들었다.
웬만한 아품에 나는 놀라지 않아. 눈물도 말라버렸어. 마음을 눅게
먹으라구---? 세찬 바람에 이파리도 가지도, 다 떨구고 섰는 이 죽은 등걸에---
무슨 살아있는 표시가 나겠나. 나두 울구싶다. 실컷 큰 소리로 악을 쓰면서
방성 통곡을 하고 깊어. 웃지두 울지두 못하구 살아왔지.
[여자5] 무선 여울을 건너면 들어가 의병이 될류.
[여자4] 느이 애비에게 행역질 하지 않을란다. 멍청이라구 허지두 않구 말여.
아, 첨에 두레 품앗이서 만났는디 모는 안심그고 내가 섰는 냇길에만 정신
팔다가 모판을 죄다 망쳤지
[소년] (오른 쪽에서 등장한다) 아무래두 심상치 않어유. 여울 가까이 가
보니께 창천내 쪽에 왜병들이 숙영하구 있네유.
[여인4] 여울을 건늘려구 하던가?
[소년] 아뉴, 아직은 몰라유 놈들이 달내를 따라서 뗏목을 타구 금수산을
들이 칠지 아니면 여울을 건너 청풍을 둘러 쌀지, 모르겄쥬.
[여인] 그럼 의병들은 왜놈이 숨어 있는 걸 모르구 있겄네유
[소년] 방비는 하겄지만서두 이렇게 가까이 올줄은 모를게유.
[여자5] 우리 걱정일랑 말구 싸게 달려가세유.
[여자4] 그려, 우린 왜놈들이 멀리 갈 때까지 여기 꼼짝두 않구 있을려.
[소년] 그런게 아니라유, 나는 금수산으 곧장 가야해유. 사정이
급해졌단 말여유. 시방은 어두워서 보이덜 않지만 여그서 똑바로 섰는게
의치봉우리에유 부대가 거기 있을텐디. 바루 이 자리가 부암 봉수대거든유.
봉홧불만 올리먼 저쪽에서 알아차리구 금수산이나 소백산쪽으로 내뺄게유.
소백산에는 우리 성님이 젤 좋아허는 신돌석 대장님이 계시쥬.
[여자1] 가게! 어서 가라니까.
[소년] 아줌니, 허지만서두 봉화를 올리구 빨리 피하지 못허믄 죽어유.
왜놈들이 벌떼 같이 올라올 테니께.
[여자5] 염려마시구 싸게 가시라니께유
[소년] 아마 틀림 없이 금수산을 들이칠게유. 원주 제천 충주서 쫓겨온
의병들이 모두 그 쪽으루 모이구 있거든유. 뭐 여울을 건너 청풍을 들이치먼
헐수 없쥬. 박대장이 알아서 허시겠쥬.
[여자4] 왜놈들이 여울을 건너는 기색만 보이면 불을 올려라 그 얘기구먼
[소년] 그러실거 없네유. 부녀자들이 워떡헌대유. 그저 날이 새도 여기서
죽은듯 가시다가 왜놈 부대가 지나간 다음에 제천으루 돌아들 가셔유.
[여자1] 어서 가게나
[여자4] 몸조심허게. 자네 겉은 젊은 장정들이 어서들 난리를 끄치게 해야혀.
[여자5] 집이 어디래유? 나중에 안부나 전하게유.
[소년] 공주가 고향인디, 인자는 모두 남의 나라가 되어 부렀쥬. 모두들
몸조심들 하셔유 (퇴 - 장)
[여자4] 엄니 제천 새달골 돌아갈 생각허슈?
[여자4] 새달골이 워딨대. 제천 읍내가 웃어져 부렀는디. 거그는 시방 잿더미
뿐여.
[여자5] 아부지가 저 맞은편 의치 봉우리에 기시단 말이유 잉?
[여자4] 그렇대여.
[여자5] 캄캄혀서 암 것두 안보이는디.
[여자4] 느이 아부지께 신호를 한단 말여. 보일테지.
[여자5] 나 봉수대 위에 올라갈텨.
[여자4] 거근 왜 올라간다냐?
[여자5] 아 그 총각이 부탁했잖어유. 왜놈들이 여울을 건너면 불을
올려얀다구유
[여자4] 불을 올리먼 우리는 죽어, 이것아. 천상 불도 못올린 터인디
올라가긴 못허러 올라가아.
[여자5] 의치봉이 보이나 하구 말유.(여자5 봉수대 바위로 올라간다)
[여자1] 자네들두 가게. 전부 가라니까.
[여자4] 마님, 정신 차리세유. 날이 새면 왔던길루 되돌아서 제천
으로 가셔유. 왜놈들이 지나간 데는 상관 없다누만유.
[여자1] 응? 나 정신 똑똑하다네. 아무래두 자네 여석이 밤을 그냥 넘길 것
같진 않구먼.
[여자4] 네?
[여자1] 봉화를 올린다며.
[여자4] 즈애비를 보구 싶어 저러지유. 우리가 예까지 가까스로 살아왔는디
뭣때미 난을 불러 들이겄슈. 마님 죽을 죄루 잘못했구먼유.
[여자1] 뭘 말인가?
[여자4] 여러가지루유.
[여자4] (말없이 고개만 흔든다)
[여자4] 마님, 제천 가시먼 작은 서방님 식구나 외가쪽 식구들을 불러다
대가를 이루구 사세유.
[여자1] 그럴 작정이네.
(이 때 봉수대 위에서 여자5 외친다)
[여자5] 엄니, 큰탈났슈. 왜놈들이 무선여울을 건너가는 모양유.
[여자4] 여울을 건너가네?
[여자5] 여울 위에 뭐가 많이 떳시유
[여자4] 뗏목일 거여. 아이구 야단이네. 박여성 부대는 이것을 모를 것인디
[여자5] 엄니 봉화를 올려유
[여자4] 봉화를---
[여자5] 그러유 불을 높이 붙여 올리먼 의치봉서 알거 아녀유.
[여자4] 니 애비를 만나서 산에 들어가 화전이라두 갈자구 그랬잖여.
[여자5] 의치봉에 아버지가 기신데유?
[여자4] 그니가--- 아직 살아 기시겄지.
[여자5] 엄니, 싸릿대를 꺽어오슈. 여기 화로두 있구먼유.
[여자4] 꼭 봉화를 올려야 쓰겄냐.
[여자5] 저쪽의 불을 보구싶어 죽겠어유.
[여자4] (사이) 오냐, 까짓거 봉화를 올리구 달아나자 내 싸릿가지를 모아
올려.
[여자1] 봉화를 올린다구?
[여자4] 예 마님, 즈이들이 불을 붙이기 전에 어서 피하셔유. 즈이는 걸음이
빠르니까 나중에 피해두 괜찮어유.
(여자4 주위를 우왕 좌왕하며 싸릿단을 여러 둘 모아서 봉수대 바위 위로
오른다. 여자4,5 모녀가 함께 불을 피운다)
[여자5] 자, 싸릿단을 더 얹어놔유.
[여자4] 불 한 번 오지게 타는구나.
(여자4, 5 발화에 열중한 동아네 - 여자1 허리춤에서 은장도를 꺼낸다.
날카로운 날을 손끝으로 어루만져 본다)
[여자1] 우리 땅에는 누가 와서 살꼬 우리 땅에는 인제 잡초만 무성하겠구나.
임자 없는 땅이 되겄어.
[여자5] 의치봉서 화답이 없네유.
[여자4] 느이 애비가 불을 붙일게여.
(총소리 들리면서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여자5] 엄니, 나두 병대에 들어갈류.
[여자4] 불이 안보이네.
(총소리 가까워지자 여자1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칼을 배에 대고 앞으로
넘어진다)
[여자4] 얘, 저--- 저것 봐라 불빛이다
[여자5] 의치봉서 보았네유
[여자4] 불좀 더 크게 피워
[여자5] 봉화 참 곱네유 잉?
[여자4] 그려. 꽃같구먼. 꽃같여
[여자5] 나두 병대에 들어갈거여. (여자5 두 손을 벌리며 몸을 일으키고,
여자4는 입김을 분다. 연달은 총소리. 두 사람 쓰러진다.
-幕(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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