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목숨거는 한국교육 잘못 창의력과 도전정신이 더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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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확보에서 관리까지, 인재를 다루는 모든 일에 관해 기업에 조언하는 ‘인재전략 국제 컨설턴트’ 조세미(40)씨가 잠시 한국을 방문, 영어를 생존의 무기로 여기고 있는 우리 사회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조씨는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 부즈 알렌, 하이드릭 앤드 스트러글스의 임원으로 활약하며 경력을 쌓아왔다. 인재전략의 바이블로 통하는 맥킨지의 ‘인재전쟁(The War for Talent)’ 프로젝트(세계 77개 초일류 기업의 인재전략에 관해 조사한 보고서)에 참여했던 유일한 한국인이기도 하다.
‘아시아 과학인재 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25일 한국에 온 조씨는 “‘글로벌=영어’라고 단정짓는 한국의 인재교육 방향은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어는 그야말로 의사소통 수단일 뿐이니까요.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업들이 영어를 미국·영국인 못지않게 구사하는 인재를 원한다고 생각하면 착각입니다. 영어에만 매달리느라 다양한 문화 체험,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기를 시간이 줄어드는 건 아닌지 돌아보셔야 해요.”
조씨가 이처럼 자신 있게 단언하는 건, 싱가포르의 컨설팅 업체 부즈 알렌에 입사한 1995년 이후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하면서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깨달음 때문이다. “저도 처음엔 서투른 영어가 가장 큰 콤플렉스였어요. 그런데 글로벌 기업 구성원의 대부분이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나라 사람들인 거예요. 다들 자기식 영어를 당당히 구사하고 있었죠. 그때 저는 알아차렸어요. 문제는 세련된 영어 구사 능력이 아니라 ‘자기만의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어떤 논리로 제시하고 관철시킬 것인가’라는 것! 이걸 잘 해내지 못하면 나무토막 취급을 받습니다.”
세계 유명 대학에서 수많은 한국 유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지만, 세계적 글로벌 기업에서 한국 인재들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를 조씨는 또 명쾌하게 지적한다. “질문이 없고, ‘알아서 하라’는 말을 가장 무서워하고, ‘예스맨’이 많으며, 마인드 컨트롤을 못하는 데다 자발적 문제 해결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인에게 내리는 평가예요. 저 역시 스스로 결정하고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는 한국의 정규교육을 받은 세대라 엄청 고생했습니다.”
지난해 ‘1인 컨설팅업체’로 독립해 캐나다인 남편, 두 딸과 함께 런던에 살고 있는 조씨는 일하는 틈틈이 북미와 유럽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들을 상대로 글로벌 기업 설명회와 인터뷰 워크숍을 실시한다. 자신의 경험을 더 많은 한국인들과 공유하기 위해 6개월 전 펴낸 ‘세계는 지금 이런 인재를 원한다’(해냄)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제 책을 읽고 ‘나와는 상관없는 운 좋은 한 여자의 성공담’이라고 편지를 써오신 분도 있었어요. 하지만 글로벌 커리어가 자기 자신과 아무 관련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면, 당신이 21세기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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