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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高의 영어혁명 수학·과학·사회도 “In English!”

by 예술융합영어디렉터 2006. 4. 28.
명지高의 영어혁명 수학·과학·사회도 “In English!”
교재 한쪽은 영어, 다른쪽은 한국어 평범한 학생 모인 2개반 특별 수업
성적 오르고 사교육비는 크게 줄어

“What is the contraposition of the statement ‘If ab=0, then a=0 or b=0’(‘ab=0이면, a=0 또는 b=0’이라는 명제의 ‘대우’는 뭘까)?” “If a=0 or b=0, then ab=0(a=0 또는 b=0이면 ab=0이요).” “Oh, you are saying the converse(그건 ‘역’이지).” 4일 서울 명지고 1학년 수학시간. 교사가 수학적 명제의 역·이·대우의 개념을 영어로 설명하고 학생들은 영어로 된 문제를 푼다. 교사가 직접 만든 교재의 한쪽은 한국어, 한쪽은 영어다.

수학 시간에 웬 영어 공부? 수학교사 조미경(28)씨는 “수학의 논리는 영어로 설명해야 더 쉽고 명확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쓰는 수학책을 분석한 자료를 교재로 씁니다. 문제풀이를 명쾌한 영어로 설명하는 게 재미있는지 학생들이 서로 발표하려고 난리예요.”

명지고는 새 학기 들어 영어는 물론 수학·사회·과학도 영어로 가르치는 ‘교육실험’을 시작했다. 영재학교나 특목고가 아닌 일반 고교에서 영어 이외의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실험은 명지고가 국내 처음이다. 1학년 두 개 반(70명)은 ‘영어·수학·사회·과학’ 네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는 수업과 한국어로 하는 수업을 번갈아 진행한다. 또 1·2학년 11개 반(385명)에선 개념 설명과 일부 과제만을 영어로 가르친다.

이 같은 영어강의는 대학에서도 ‘저항’이 만만치 않아 일부 대학만이 도입하고 있고, 극소수의 사립 초·중·고교에서만 시도하고 있다. 명지고의 파격적인 실험이 주목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박성수(朴性洙·전 전남대 총장) 교장은, 그러나 소신이 확고했다. “영어를 영문과 출신들이 만든 교과서로 배우다 보니 문학적 표현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어요. 일상적 학습을 영어로 할 수 있어야 진짜 영어라 할 수 있죠.”

명지고는 지난해부터 주요 과목에 영어 강의, 심화학습을 부분 도입하고 올 2월 신입생 입학을 앞두고 학부모 설명회를 열어 희망자를 대상으로 영어반을 따로 꾸렸다. 대상은 영어를 ‘이미 잘하는’ 학생이 아니었다. ‘할 각오가 돼 있는’ 학생들이 모이도록 했다. 1학년 김영지(16)양은 “수업을 이해하기 위해 기본 용어를 꼭 예습하고 질문할 내용을 미리 문장 통째로 연습해 온다”며 “영어 학원에서 몇 년 한 것보다 실력이 확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어 강의에 투입된 교사는 4명이다. 이 중에 외국인은커녕 ‘해외파’도 없다. 모두 대학시절 전공 원서를 읽고 몇 개월 어학연수를 한 정도의 경력이지만 영어 수업은 매끄럽다. 사회과 최유리(29) 교사는 “교실에서 쓰는 표현은 제한돼 있어요. 예를 들면 계몽사상(啓蒙思想)을 ‘enlightment ideas’로 가르치는 게 더 편하고 효과적일 때가 많죠”라고 말했다.

▲ “영어로만 말해요.”5일 명지고 1학년 학생들이‘과학기술의 미래’에 대한 내용을 영어로 발표하고 있다. /조인원기자
단순히 한국어 강의를 영어로 하는 차원이 아니다. 우선 학교는 3년간 교과 내용을 심층 분석해 개발한 특수교재를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 여기에 각 교사가 학생들의 수준과 요구를 반영해 영어강의 자료를 매 시간 만든다.

한국어 수업 때는 보충학습과 심화문제 풀이, 학생들이 주도하는 과제해결·토론 수업이 이어진다. ‘편한 길’에서 멀어진 교사들은 “학생들 눈빛이 달라지는 데 힘들어도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작년 부분적으로 도입한 이 영어 강의·심화학습 체제가 모든 과목 학습에 큰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한다. 작년 1학년의 경우 특별수업반의 정기고사 주요 과목 평균이 일반반보다 10점 가량 높았고 과외·학원 의존율도 학기 초보다 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우수자 반이 아니었는데도 격차가 점차 벌어졌다는 것이다. 명지고는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이 특별한 실험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키워드▶고전논리학에서 ‘A이면 B이다’라는 ‘명제(命題·statement)’의 가정과 결론을 뒤바꾼 ‘B이면 A이다’는 역(逆·converse), 가정과 결론을 각각 부정한 ‘A가 아니면 B가 아니다’는 이(裏·obverse), 가정과 결론을 각각 부정해 뒤바꾼 ‘B가 아니면 A가 아니다’는 대우(對偶·contraposition)라고 한다.

정시행기자 polygon@chosun.com
입력 : 2006.04.07 00:31 44' / 수정 : 2006.04.07 00:34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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