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마법은 해롭고 악한 목적으로 초자연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마법사가 어떤 어렴풋한 충동이나 빙신(憑信) 상태에서 술법을 행하는 반면에 요술사(sorcerer)는 의지가 병들어 있는 상태에서 술법을 행한다고 구분하는 이도 있지만, 이 둘은 일반적으로 동의어로 쓰인다.
1) 성격과 의미
마술에는 생산적·방어적·파괴적인 것이 있지만 그 자체로는 중립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데 반해, 요술 또는 마법은 그 자체가 반사회적이며 비합법적이다. 마법이나 요술을 통해서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하는 믿음은 마술과 같은 세계관과 우주론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법에 대한 믿음은 과거 문자가 없던 시대에 극히 작은 여러 공동사회 속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는데, 그것은 주로 어떤 사람이 불운을 당했을 때 그 불운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이때 사람들은 마법사가 지팡이나 바구니를 타고 다니고, 개·고양이 등을 데리고 다니며, 신비한 영매를 사용한다는 등으로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에 덧붙였다.
마법은 어쨌든 사회적인 부조화나 변화가 심할 때 생겨났다. 마법에서는 자연히 어떤 불행한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일을 꾸며냈다고 비난받는 희생양이 생겨난다. 마법사라고 하는 비난은 너무 치명적이어서 이러한 선고는 부족장 승계나 권력찬탈 등의 경우에 그 반대자들에게 주어졌다. 또한 갑자기 돈을 많이 벌었거나 높은 사회적 지위를 차지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이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해를 받을 것을 두려워하여 반(反)마법술을 사용하기도 했다.
마법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던 사람들이 원수가 되게 하는 힘이 있어서 사회 붕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마법사의 특징에 대해서는 일관된 보고가 없다. 어떤 사회에서는 여성으로, 또다른 곳에서는 남성으로 간주되며, 호리호리한 체구나 뚱뚱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많은 사회에서 마법사는 정신질환자나 중독자로 그려지지만, 정상인으로 나타나는 곳도 있다. 마법사가 되는 것은 대체로 유전적인 특징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인데, 아프리카 어느 지방에서는 수련을 통해서 마법사가 되는 곳도 있는 등 지역에 따라 견해가 다르다.
사람들은 그들의 적대자와의 갈등에서 오는 긴장이 너무 커서 그것이 그 사회의 정상적인 갈등 조정기관(재판소) 등의 중재를 통해서 해결될 수 없을 때 마법사들을 찾아갔다. 고대 사회에서는 이런 마법이 매우 많이 행해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늘 이런 마법의 위협 아래서 살아갔다. 마법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어떤 불운한 일의 원인을 설명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마법을 통해 그 원인을 규명하여 삶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더 활기차게 살기를 원했다.
M. 폴라니는 마법에서 이렇게 어떤 불운의 원인을 찾아내고 그것에 대항하는 다른 마법을 쓰는 것을 '순환적 노력' 및 '중핵의 박탈'이라고 불렀으며, 과학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발견된다고 주장했다. 마법이 이교에 바탕을 둔 믿음에서 생겨났다거나 농촌의 미신에 기초한 '악마론'에서 생겨났다는 이론이 있었는데, 이제 이 이론들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외에 어느 지역의 마법 신앙이 전파된 것이라는 '확산론', 억압되어 있던 생존욕구 또는 복수욕망의 대치행위라는 '심리학적 이론', 사회적 긴장의 분출이라는 '사회학적 이론' 등이 있다.
2) 역사적인 고찰
마술에 대한 믿음이 고대 중동 사회에 편만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악의적인 마법에 대한 두려움 역시 편만해 있었다. 히브리 사회에서 현대적인 의미의 마법과 같은 뜻의 단어가 있었는가 하는 데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있지만, 성서 여기저기에서 마법사 및 마녀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고대 그리스·로마에서도 마법은 처형의 대상이 되었다.
게르만 민족의 마법사에 대한 공포는 매우 심해서 그것이 유럽 사회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서구 그리스도교 사회에서는 시민법과 교회법에서 때로는 사형으로 처벌하기까지 하면서 마법술을 금지했다. 그러다가 12세기경 서구 사회가 아랍 사회와 접촉하면서 잠시 마법에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지만, 1484년 교황 인노켄티우스 8세가 칙령을 발표하면서 다시 엄격하게 마법을 금했다.
이 무렵 H. 크래머와 J. 슈프렝거는 〈마법사의 망치 Malleus maleficarum〉라는 책을 썼는데, 이 책은 이후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악마론의 교과서가 되었다.
종교개혁을 전후해서 서구 사회에는 마녀사냥이 횡행하게 되었는데, 대표적인 것은 1692년 살렘에서 있었던 마녀 재판이다. A. D. J. 맥팔레인의 연구에 의하면 마녀 재판은 서구 사회가 전통사회로부터 개인주의적 사회로 변천해가는 것과 관계가 깊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간 다음에 옆집 노파의 청을 거절했다가 이후 불운을 당했을 경우, 그는 자신의 불운을 그 노파의 마법술로 생각하여 마녀사냥에 나서게 된다.
오늘날 세속 사회에서는 마법에 대한 믿음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그러나 때때로 정치적·사회적 반대자 및 일탈자에게 과거 마녀사냥 때 자행되었던 폭력이 가해지기도 한다. 오늘날에도 마녀 선고가 행해지기도 하는데, 하나는 이단재판의 형태로 나타나며 다른 하나는 지방의 소집단 사회에서 매우 가까운 혈연 또는 지연 때문에 평소에 긴장 해소가 되지 않았던 사람들 사이에서 행해진다.
3) 문자가 없는 사회의 마법
마법의 본성과 기능에 관한 연구는 주로 문자가 없는 아프리카·아메리카·오스트레일리아의 원시부족에 대한 조사를 통해서 이루어졌는데, A. C. P. 가미토, C. 클루크혼, M. 윌슨, C. 미첼, M. 슈바르츠 등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나바호인디언을 연구한 클루크혼의 주장에 의하면 마법술이란 끈끈한 인간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원시부족에게서 긴장을 해소시켜 주는 심리학적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윌슨, V. 터너, 미첼, 슈바르츠 등은 마법술을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연구했다. 이들은 마법술이 혈연이나 지연 때문에 인간 관계를 쉽게 끊을 수 없는 사회 속에서 많이 행해지고 있으며, 마녀 재판은 농촌사회에서 도시사회로 개편되는 와중에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의 연구로서 R. 윌리스는 마법술에 대한 신앙과 그에 대한 사회의 반발은 한 사회 속에서 세대간의 권력재편을 촉진시킨다고 주장했는데, 그 이유는 마녀 재판을 통해서 과거의 사회 체계가 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http://cyberspacei.com/jesusi/inlight/religion/occultism/occult_h.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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