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1) 성격과 의미
마술은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고 있는, 비인격적이며 신비한 힘의 도움으로 인간이나 자연의 사건에 영향을 끼치려고 행해지는 제의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마술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정의내리기가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술에는 아무런 문화적·신학적인 의미도 없고, 종교와 달리 마술은 신에게 간원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적인 조작을 함으로써 마술사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원시적이고 저급한 미신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에밀 뒤르켐이 주장한 대로 종교에는 신도들이 있으나 마술에는 고객만이 있을 뿐이라는 구분은 있을 수 있지만, 그 이외의 기준을 가지고 마술과 종교를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 마술은 마법과 혼동되기도 하지만 현대 인류학자들은 마술은 외부적인 힘을 사용하는 조작술이고, 마법은 개인의 천부적인 특질과 관계된 것이라고 구별하고 있다. 마술에는 어떤 좋은 목적을 위해 행해지는 '백마술'과 타인에게 해를 끼치려는 '흑마술'(요술이라고도 함)이 있다.
2) 역사와 분포
마술은 지구상 어느 곳에서나, 어느 시대에나 종교체계의 한 부분이었다. 고대 사회에서는 특히 주문(呪文)에 의한 마술이 많이 행해졌는데, 사람들은 부·사랑·승리 등을 얻기 위해, 또는 마법이나 요술을 물리치기 위해 주문을 사용했다. 고대 로마에서는 신흥 도시가 건설될 때 주민들이 적을 물리치기 위해서 마술을 많이 사용했다. 많은 사회적 변화와 변동으로 인해 새로운 인간 관계를 맺거나 갈등이 많을 때 마술은 전통적인 사회에서 보다 더 많이 행해졌다.
마술에 대한 믿음이 없어지자 마술은 도시보다는 농촌에서 더 많이 행해졌다. 그리스도교에서는 마술을 악마 또는 악령과 계약한 이교적인 술법으로 보아 탄압했다. 그나마 겨우 허용한 것은 연금술의 형태로 그리스도교의 전통 안에서 행해졌다. 문자가 없는 사회에서 행해지던 마술은 민속학자들에 의해서 연구되었는데, 그것은 서양의 종교재판 기록보다 마술의 실체에 더 깊이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3) 구조와 기능
마술은 어떤 사건이 어떻게 생겨났는가를 설명하거나, 바람직한 결과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하는 의도에서 시행되고 있다. 제임스프레이저는 마술이란, "어떤 현상의 원인과 결과 사이에는 상징적인 관계가 있다고 믿었던 전(前)과학적인 시대의 산물"이라고 했는데, 요즈음에는 그런 견해가 비판받고 있다. 멜라네시아의 트로브리안드 섬 원주민에 대해 연구했던 B. 말리노프스키는 마술의 3요소를 주문, 제의, 마술사의 상태 등으로 꼽았다.
주문은 마술에서 중요한 요소이지만 말리노프스키가 주장하듯이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일부 부족에서는 별로 중요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마술을 종교로부터 엄격하게 분리시키고 있는 이들은 마술에서 제의적 측면을 간과하고 있는데, 마술에서도 상징적인 제의는 매우 중요하다. 마술은 위험하고 감염성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마술사는 마술을 시행하기 전에 음식이라든지 성적인 접촉에 제한을 받는다. 그것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것이며 제의가 속된 행위가 아님을 말해주는 것이다.
마술의 기능에는 도구적인 기능과 표현적인 기능이 있다. 도구적인 기능은 다시 생산적·방어적·파괴적 기능으로 나뉜다. 생산적 마술은 좀더 많은 수확이나 어획을 위해서 행해지는데, 여기에는 인간의 노력도 함께 깃들여져야 한다. 방어적 마술은 위험이나 병을 막거나 고치기 위해서 행해지는 마술이다. 파괴적 마술은 다른 이에게 해를 끼치고자 하는 마술인데, 이 마술에 대한 두려움은 많은 반(反)파괴적 마술법을 만들어냈다. 마술의 표현적 기능은 흔히 상징적인 형태로 드러나기 때문에 시술자 역시 즉각 그 의미를 알아채지 못하는데, 이것은 개인의 행동을 사회와 통합시키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어느 사람이 기우(祈雨)의 마술을 할 때, 그것은 비가 그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나타내고 있다.
4) 마술·종교·과학
마술과 종교의 관계에 대해서는 3가지 견해가 있다. 첫째, E. B. 타일러는 종교는 인격적이고 전능한 영적 존재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마술은 비인격적이고 자연적인 힘을 대상으로 삼는다고 주장한다. 둘째, 뒤르켐은 종교에는 신도가 있으나, 마술에는 고객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셋째, 종교적 제의는 인간과 신 사이의 관계에 대한 믿음의 표현인 데 반해서 마술은 특정한 목적 달성에 몰두한다고 주장한다. 타일러와 프레이저는 마술에서의 어떤 행동과 결과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실제 세계에서는 그 둘 사이가 그렇게 직접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마술과 과학은 모두 인간의 어떤 목적 달성을 위해서 행해진다. 그러나 마술은 그것에만 몰두하지 않고, 상징적이거나 심리적인 목적이 있다. 그것은 원하던 것이 얻어지지 않더라도 마술이 계속 시행되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5) 마술의 주요이론
타일러는 그리스도교적 사고와 달리 마술을 미신이나 이교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인간 사고의 상징적 원리에서 나온 것으로 보았다. 프레이저는 〈황금 가지 The Golden Bough〉(1890)에서 마술에는 비슷한 것은 비슷한 것을 낳는다는 유사성의 원리와, 부분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감염의 원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뒤르켐은 마술이 사회의 결속보다는 개인의 목적 달성에 치중한다고 본 반면에, 래드클리프 브라운은 마술 역시 어느 한 사회가 중요시하는 것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말리노프스키는 마술을 종교와 구별하면서, 마술은 주로 개인의 심리적 욕구와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E. 에번스프리처드는 마술 역시 어느 한 문화 및 종교와 더불어 통합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마술에 대한 인류학적인 연구 외에 H. 스펜서, W. 분트, 로위, P. 라댕, 골덴바이저는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연구했다. 마술이 종교적 사고 형성의 이전 단계라고 주장했던 프로이트의 주장은 한때 받아들여졌으나 오늘날에는 더이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