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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실력이 국제 경쟁력"

by 예술융합영어디렉터 2005. 11. 2.
"토론 실력이 국제 경쟁력"
61명 해외 명문대 진학시킨 재미교포 박규일 박사
로펌 입사 준비하다 외고에서 논술 지도
한국 학생들 논리적 인터넷 댓글 놀라워
정시행기자 polygon@chosun.com
입력 : 2005.10.30 21:30 52' / 수정 : 2005.10.30 21:43 57'

 
지난 2003년 말, 대원외고 유학반 학생 61명은 전원 해외 명문대에 진학했다. 입학에 필요한 에세이 작성과 인터뷰 훈련, 학생 성향에 맞춘 대학 선택과 전략의 결과였다. 그 뒤에는 놀랍게도 26세의 앳된 청년이 있었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재미교포 박규일(28·Joshua Park)씨가 주인공. 그는 현재 인하대 법대에서 영미법을 가르치고 있고, 대원외고·명덕외고·고양외고 등에서 토론과 논술을 지도하는 ‘공교육 스타’다. 그는 “로펌 입사를 준비하던 중 한국에서 1년쯤 가치 있는 경험을 해보라는 선배의 권유로 왔다가 일이 점점 커졌다”며 웃었다.

“저는 유학 전도사가 아닙니다. 특히 조기유학은 실패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 반대해요. 학생들이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재창조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게 중요해요. 기본을 갖추지 않고 ‘미국 유학 갔다’, ‘명문대에 들어갔다’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기본’을 가르치는 방식은 ‘쉽고 재미있고 금방 끝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3단계 논증법에 소크라테스식 대화, 사례 연구로 구성된 그의 교수법은 다분히 학문적이다.

그는 토론과 논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주제에 대해 검증된 정보를 제대로 취합하고, 정보를 완전히 소화하며, 적확한 용어와 문장을 익혀 호소력 있게 표현하라고 주문한다.

그에게 배우는 학생들은 인터넷 지식검색, 표절, 성급한 인용, 부적절하거나 상투적이고 속된 표현과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그는 “미국 중·고등학교부터 박사 과정까지 끊임없이 배운 내용도 바로 이것이었다”며 “대학입시 뿐 아니라 직장생활에서도 제대로 조사하고 효율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인하대 법대와 대원외고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박규일 박사. 이덕훈기자 leedh.@chosun.com
“미국에 온 한국 유학생들은 이 훈련이 덜 돼 있어 고생하는데, 일단 이 부분만 갖춰지면 엄청난 경쟁력이 생기는 걸 봤어요. 여기 한국 고등학생들이요? 처음엔 책 읽는 것 대충, 발표도 잘 못하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시사 이슈에 대해 인터넷 댓글 다는 것 보면 정말 논리적이에요. 적절히 도와주면 발표력도 금방 향상되고요.”

그는 ‘감정적 말싸움(argu ment)이 아닌 논리에 기반한 주장과 상호이해(debate)’를 ‘토론’의 정의로 삼고 어릴 때부터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말 ‘한국토론협회’를 만든 그는 세계토론대회에 한국대표팀을 처음 출전시켜 유럽 학생들을 꺾는 쾌거를 이뤘다. 올해 초에는 전국 고등학생·대학생 토론대회를 차례로 주최하기도 했다. 2007년 서울 세계토론대회를 유치하는 등 한국 토론문화 정착을 위해 뛰고 있다. 탄탄한 토론 능력이 글로벌 리더가 되는 데 필수 조건이라는 믿음에서다.

그는 9세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잡화상을 하는 부모를 도와 시장을 뛰어다녔고, 미국의 소외 받는 이민자 그룹에서 언어·문화 장벽을 경험하며 인권(人權) 변호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그는 교도소 수감자 법률 조언 등 사회봉사를 꾸준히 해왔고,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무료 법률 상담을 하고 있다.

그 자신은 수년 후 변호사로 돌아갈 예정이란다. “국제적 인재는 공부만 잘한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기본은 인성(人性), 즉 정직함, 뚜렷한 목적의식, 사회성에 있어요. 그 위에 어떤 기둥(공부)과 지붕(직업)을 올리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토론·논술 교육도 이런 전제 위에서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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