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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잘나가는 기업, 속은 ‘재미덩어리’

by 예술융합영어디렉터 2005. 8. 19.
[COVER STORY] 잘나가는 기업, 속은 ‘재미덩어리’

 

[한경비즈니스 2005.07.31 23:50:00]

유머경영 ‘활짝’유머경영, 펀(Fun)경영의 확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2001년 구자홍 전 LG전자 부회장(현 LS그룹 회장)이 주창, LG그룹 전체로 확산될 때만 해도 ‘남의 일’로 여기던 기업들이 최근 하나둘씩 재미있는 경영, 즐거운 경영의 길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기업 전체가 나서 이벤트와 상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가 하면,CEO 등 경영진이 직접 나서 웃음전문가에게 집중 트레이닝을 받는 경우도 있다.

기업들이 달라진 데는 이유가 있다. 단순히 재미가 넘치는 일터를 만들자는 의미뿐 아니라 ‘재미’가 곧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기업들을상대로 펀경영 컨설팅을 하고 있는 이요셉 한국웃음연구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머경영, 펀경영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게 피부로 느껴진다”면서“기업 분위기가 밝고 활기차게 바뀌면 직원들의 태도도 창의적이고 도전적으로 변해 그만큼 실적이 오른다”고 밝혔다. LG전자를 비롯, 삼성에버랜드, 오리온, 모토로라코리아, 세스코, 한국피자헛 등 유머경영을 도입하고 있는 기업들이 실제 이를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포춘>이 선정하는 훌륭한 일터상 수상기업 면면에서도 ‘재미있는 회사’의 파워가 드러난다. 훌륭한 일터(GWPㆍGreat Work Place)는 곧 ‘일하는 게 좋은, 재미있는 회사’라는 사실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국내기업 전체를 대상으로하는 한경-레버링 훌륭한 일터상 수상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조직 내부의 밝은분위기가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만들어 결국 조직력 강화, 실적 향상으로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유머경영, 펀경영의 확산은 달라진 기업의 인재상과도 연관이 있다. 직원을 인력이 아닌 인재로 보고, 기업 발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이끌기 위해서는‘재미’라는 요소를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재림 엘테크신뢰경영연구소이사는 “인재들이 열정과 협력을 통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만들기 위해선그에 걸맞은 환경부터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하고 “통제와 관리의 시대에서감성과 유머, 재미가 살아있는 신뢰경영의 시대로 옮겨가야만 생존할 수 있는시대”라고 밝혔다. 유머경영, 펀경영은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라는 의미다.

특히 유머경영에서 CEO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CEO가 유머와 재미에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기업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CEO가 기업의 최종전략을 결정하는 ‘Chief Executive Officer’가 아니라 직원들에게 활력을불어 넣어주는 ‘Chief Entertainment Officer’라는 말까지 나왔다. 품위유머닷컴(www.opinity.co.kr)을 운영하는 이상준 오피니언리더커뮤니티 사장은 “재미를 주는 CEO가 이끄는 기업은 실패하지 않는다”면서 “최근 품위를 해치지않는 유머를 찾는 CEO들이 사이트를 즐겨찾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 사이트유료회원 1,000여명 가운데 기업 경영진은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유머형 CEO에 대한 직장인들의 지지도 역시 증가 추세다. 지난 5월 연봉정보사이트 페이오픈(www.payopen.co.kr)이 직장인 8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머형 경영자’는 ‘비전제시형’에 이어 직장인이 선호하는 경영자 유형 2위에 올랐다. 반면 과거 CEO의 덕목으로 통했던 군자형이나 강력한 리더십의 카리스마형은 후순위로 밀렸다.

유머경영은 이제 기업가치의 척도로까지 활용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분석을 하면서 불시에 회사를 방문해 직원들 표정을 살핀다. 그는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고 직원들 표정이 어두운 기업은 아무리 실적과 분석 결과가좋아도 선뜻 추천하기 어렵다”면서 “반대로 표정이 밝고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인 회사는 미래가치에 적잖은 점수를 준다”고 밝혔다.

▷삼성에버랜드 = 2005년 초 열린 삼성에버랜드 임원교육 현장. 삼성에버랜드서비스 아카데미 김해룡 팀장의 구령에 따라 박노빈 사장과 임원 27명이 온갖표정을 지어내고 있다. ‘가장 밝은’ 표정을 지어보라는 주문, 머리에 동물 머리띠를 하고 서로를 바라보라는 주문이 이어지면서 처음 쭈뼛거리던 ‘근엄한경영진’은 이내 유치원생 마냥 즐거운 표정이 됐다.

삼성에버랜드 임원들의 펀경영 체험은 ‘임원들이 즐거워야 조직이 신나고, 아래위 의사소통이 활발해 경영성과도 급증한다’는 취지에서 열렸다. 한편에선팀장급 이상 200여명의 간부들이 즐겁고 에너지 넘치는 ‘퍼네자이저’(Fun+Energizer) 되기 교육을 받았다.

매시간 고객과 얼굴을 대하는 서비스 사업장인 삼성에버랜드의 경영전략 가운데‘재미’는 절대비중을 차지한다. 펀경영을 전사적으로 추진하게 된 배경에도고객서비스 향상이라는 최고 가치가 자리잡고 있다. 즉 고객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내부 직원 만족도가 높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경영진부터 신나는 일터와 즐겁고 개방적인 조직분위기 조성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개별 사업부도 독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엔지니어링사업부의 경우3개 팀이 월ㆍ수ㆍ금요일 아침마다 팀원 전체가 모여 서로 웃기기 대회를 펼친다. 춤, 마술, 요리를 배우는 등 동호회 활동도 활발하다. 리조트사업부에선 매일 아침 칭찬 일색의 인사시간을 가진다. 또 스트레칭, 요가, 안마 등을 함께하면서 피로를 풀고 간단한 게임을 곁들여 분위기를 띄우기도 한다. 이는 모두 ‘수다스럽고 재미있는’ 서비스 전략을 바탕으로 삼성에버랜드를 명실상부한 종합 리조트 타운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박노빈 사장의 비전에서 나온 펀경영 전략의 일환이다.

▷오리온 = “김대리 자리에 있나?” “아니요. 김대리 오락실 갔습니다.” “그러면 최과장은?” “최과장은 만화방에 갔는데요.”이쯤되면 “여기가 회사 맞나?” 하는 의문이 든다. 내년이면 창립 50주년을 맞는 오리온의 사내 분위기가 이렇다. 90년대 초 외형 1,800억원에 불과하던 오리온은 회사 곳곳에 묻어 있는 펀(Fun)한 경영, 펀(Fun)한 문화를 발판으로 매출2조원을 바라보는 엔터테인먼트그룹으로 화끈하게 성장했다.

오리온의 펀경영은 예외가 없다. 회사와 관련된 모든 부분에 ‘재미’가 결합돼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상우 사장은 “업무 자체를 게임처럼 즐길 수있도록 유도한다”면서 “행복한 사원이 많은 행복한 회사, 미치도록 출근하고싶은 회사가 오리온의 컬러”라고 말한다.

김사장의 이런 의지는 최근 사내에 만든 30여평의 ‘펀 스테이션(fun station)’에서도 잘 나타난다.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모던한 카페에 각종 게임과 만화, 과자, 커피 등을 비치해 더 재미있게 지내도록 만들었다.

임원들도 재미를 추구하긴 마찬가지다. 오리온의 임원들은 요즘 10대들의 문화부터 유행 문화코드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압구정 텐트바 체험, 보드게임대회,온라인게임대회 등을 치렀다. 이밖에도 개성을 표현하는 맵시데이, 최우수사원을 선발하는 독수리시상식, 대학축제를 재현한 스프링페스티벌 등 다양한 이벤트가 쉴새없이 열리고 있다.

오리온 펀경영은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 상하 원활한 의사소통 등의 효과를 내고 있다. 정병윤 경영지원부문 상무는 “제과사업은 과자를 만드는 사업이 아니라 먹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사업”이라며 “고객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하기위해서는 고객이 선호하는 트렌드와 취향을 잘 알아야 하고, 스스로 즐길 수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토로라코리아 = 모토로라코리아에선 여느 국내기업과는 다른 분위기가 세가지 있다. 우선 영어이름이 일반화돼 있다. 상사를 부를 때도 존칭은 생략, 이름만 간단하게 부른다. 이를 통해 회사 분위기를 ‘캐주얼’하게 만드는 것은물론 의사소통도 원활해졌다는 평이다. 길현창 사장은 “때로 딱딱한 위계질서가 의사표현을 방해해 일할 의욕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다”면서 “즐겁게 업무에 임하는 만큼 업무효율도 훨씬 높아졌다”고 밝힌다.

두 번째는 근무공간이 더없이 편안하다는 것이다. 모바일사업부의 경우 사무실공간에 사용되는 모든 컬러와 소재, 조명의 밝기 등이 최대한 편안하게 일할수 있도록 돼 있다. 쉽게 피로를 느끼지 않도록 조명은 최대한 자연광을 이용하고, 각 층의 휴식공간에는 톡톡 튀는 그래픽을 벽면에 넣었다. 출입구 바닥을인조잔디로 장식해 웰빙 컨셉까지 적용했다.

이색적인 업무미팅도 눈에 띈다. 업무에서도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고 직원들의 유머감각을 발휘하게 한다는 의도다. 영업팀을 이끌고 있는 조용행 전무는올해 신년식에서 기왓장 격파대회를 개최했다. 개인 목표치를 기왓장에 쓰고 이를 격파하는 대회에선 푸짐한 상품권 선물이 부상으로 주어졌다. 마케팅팀의 경우 신세대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업무에 접목시키고 있다. 보드게임을 체험하면서 소비자 트렌드에 관한 회의를 진행하는 식이다. 임정아 마케팅팀 이사는 “젊은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미팅은 아이디어 개발에도 도움이돼 일석이조”라며 웃었다.

▷세스코 = 해충방제 전문기업 세스코는 국내기업 가운데 소비자를 향한 유머경영을 처음 선보인 회사로 꼽힌다. 2001년 일명 ‘세스코 유머’가 인터넷에서히트하면서 세스코는 뜻하지 않은, 하지만 실로 엄청난 PR 효과를 누렸다. 마침세스코는 97년 전우방제에서 이름을 바꾸고 경영혁신을 시도하고 있던 때여서폭발력이 더욱 컸다.

세스코 유머는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고객이 올린 질문에 연구원들이 성실하고 진지하게 답변하는 과정에서 유명세를 탔다. 예를 들어 “오뎅국물에서 하얗게 탈색된 바퀴벌레가 나왔는데, 삶은 국물을 먹어도 탈이 없을까?” 같은 질문에 전문지식을 동원한 장문의 답변을 하자 네티즌들이 열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스코 팬클럽에 세스코맨 어록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끈 것은 물론 우호적인 이미지와 전문기업의 면모까지도 다질 수 있었다.

세스코 유머는 처음부터 작정하고 의도하지 않은 것이지만 이전부터 전순표 회장의 경영전략은 남다른 유머감각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지난 96년 창립 20주년 행사로 연 ‘쥐 위령제’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죽어간 쥐, 바퀴벌레, 개미의 원혼을 달래주겠다는 위령제는 흥미로운 이벤트로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를 통해 회사가 성장발판을 닦을 정도로 파급력도 상당했다.

최근에도 세스코는 지면광고를 통해 유머를 기반으로 한 경영전략이 어떤 힘을발휘하는지 입증하고 있다.

▷KTF = KTF의 펀경영은 ‘굿타임경영’으로 요약된다. 고객에게 최고의 순간(굿타임)을 제공하기 위해 직원들 스스로가 파티플래너가 되자는 게 골자다. 최고경영자부터 고객에게 굿타임을 전해줄 수 있는 엔터테이너가 되자는 것이다.

KTF에서 굿타임경영은 GWP 만들기와 같은 맥락으로 진행되고 있다. 고객만족 이전에 직원만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의사소통의 부활.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와 제도를실시하고 있다. 일례로 ‘키즈! 트러스트! 펀!’은 기업혁신 프로그램의 하나로 어린아이와 같은 열정(Kids), 상사와 동료간의 신뢰(Trust), 그리고 하루하루를 즐겁게(Fun) 일하는 것을 모토로 삼고 있다.

굿타임경영 프로그램은 셀 수 없이 다양하다. 매주 수요일은 키즈데이로 정해가장 편한 복장으로 출근해 변화를 주고 있다. 사내 인트라넷을 활용한 ‘우리모두 CSO’나 ‘자유토론방’은 전사적 차원의 공감대 형성과 의사소통에 적잖은 역할을 하고 있다.

굿타임경영은 직원 가족까지도 포함한다. 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연 1회 실시하는 ‘굿타임스키캠프’나 60세 이상 부모에게 제주도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효도관광’ 등은 자긍심을 높이는 효과도 내고 있다.

▷한국피자헛 = 지난 2월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는 조인수 사장의 깜짝 변신 덕에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다. 조사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장기자랑 오프닝 무대에록밴드 분장을 하고 나타나 모든 이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이다. 이밖에도 경영진이 직접 나서 직원 사기를 북돋우는 행사가 연중 ‘진행형’이다.

한국피자헛은 지위고하를 막론한 칭찬문화가 특징이다. 어느 장소에서든 서로를칭찬해주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말단직원이 사장을 직접 칭찬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울 정도다.

칭찬문화 안에는 칭찬카드, 칭찬의 날, 칭찬릴레이 같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이있다. 두 달에 한 번 다 같이 즐기는 ‘피자헛 칭찬의 날(RSC Together)’의 경우 업무에 도움을 준 직원을 선정해 스마일상, 고슴도치(Hedgehog)상, 챔피언상, 황소상 등 재미있는 주제의 상을 시상한다.

칭찬문화는 여러 분야에서 효과를 내고 있다. 우선 작은 일도 칭찬하고 인정함으로써 직원들이 자신감을 얻는다는 평이다. 동료애가 깊어지고 상하 의사소통이 자연스러운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업무능률도 눈에 띄게 향상되고 회사만족도가 높아진 것도 ‘칭찬의 힘’이다.

sjpark@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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