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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환경을 살리는 문화예술 공간에 대한 시사점을 얻기 위해 지난 해 12월, 현대미술의 중심이자 오랜 문화유산을 간직한 독일의 수도 베를린을 찾았다. 병원, 양조장, 호텔 등의 공간이 지역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난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살아있는 지역 문화예술 공간 - 쿤스틀러 하우스 베를린 베를린의 겨울은 해가 유난히 짧다. 쿤스틀러 하우스 베타니엔 베를린(Kunstlerhaus Bethanien Berlin)이 있는 고성에 도착했을 때, 오후 4시인데도 사방은 완전히 캄캄해져 있었다. 쿤스틀러 하우스 베타니엔은 국제 스튜디오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곳이다. 전 세계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스튜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나라의 예술가를 소개하고 그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한다. 이 프로그램은 1년간 독일을 포함한 외국 작가 25인을 선정, 개별 작업 공간을 제공하고 작업과정 개방해 작가 상호간의 교류를 촉진한다는 취지아래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김윤호씨가 2006년 참여 작가로 선정되어 활동하고 있다.
쿤스틀러 하우스 베타니엔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건물 3층에 위치한 홍보담당 크리스티나 식컬트(Christina Sickert)씨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전 세계의 혁신적이고 참신한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동시에, 유럽 무대에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국제 스튜디오 프로그램과 큐레이터 장학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여러 문화예술 그룹 단체들과 특별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문화예술 공간들 - 쿨투어 브라우이, 타쉘 풍부한 문화예술 자원을 갖고 있는 베를린에는 병원의 화려한 변신을 보여주는 쿤스틀러 하우스 베타니엔 외에, 맥주공장이 문화양조장으로 변화한 쿨투어 브라우이(Kulture Brauerei), 호텔이 대안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타쉘(Tacheles) 등의 공간도 존재한다.
반면 타쉡은 좀 극단적인 성향을 띄는데 창작공간이 없는 예술가들이 오래된 호텔로 방치된 건물에 들어가 창작활동을 하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베를린 어디에나 가득한 낙서가 온 건물을 뒤덮고 있다. 이런 건물이 16년째 베를린에 있고 실제로 사람들이 살면서 창작활동을 하게 내버려 둔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경험이었다. 작은 영화관과 갤러리, 작업공간, 아트 숍까지 운영하면서 무명작가들은 창작공간과 전시기회를 얻고 베를린 시민들은 지역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가까이 있어 더 소중한 문화예술 공간 유럽의 주요 도시들이 대개 그러하듯, 베를린 또한 예술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체계적으로 문화예술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다. 공간과 환경, 물리적인 면과 더불어 인상 깊었던 것은 언뜻 문화예술과 관련 없어 보이는 병원, 맥주공장, 호텔이 문화예술 공간으로 마술처럼 탈바꿈하는 이야기들이었다. 꿈같은 현실을 이뤄낸 동력은 지역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와 애정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문화예술 공간에 대한 정서상의 거리를 좁히고 지속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유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의 살아있는 공간, 지역의 역사를 품고 있는 공간, 지금 우리들의 동네에는 이런 공간들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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